System & Investment

제시 리버모어 : 최고의 투기꾼 (책)

skinternet 2007. 3. 11.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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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시장을 움직일 수는 없다.”

“주가흐름에 논리를 부여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가설이 정답이 되었다면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시장은 올라가거나 내려간다. 투기꾼에게는 양자가 모두 기회다.”

“패자는 내치고 승자는 보유하라.”

“대박을 원한다면 군중과 반대로 걸어라.”

“그 어떤 ‘정보’도 취하지 마라. 모든 정보는 위험하다.”

“사람들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 덕분에 투기꾼들이 돈을 번다.”

“인생도 관리해야 할 리스크다.”

“직감이란 경험과 지식의 총합이다.”

“모든 주식은 사람과 같아서 저마다의 성격이 있다.”

“나는 그냥 주식시장에 반응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주식시장은 사람들 대부분을 바보로 만들도록 고안되었다.”

“불행은 홀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돈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1877년 7월 26일, 매사추세츠주의 쉬루즈베리에서 태어났다. 리버모어의 아버지는 뉴잉글랜드의 척박한 땅을 일구며 생계를 꾸려가는 가난한 농부였다. 어린 제시 리버모어는, 온통 돌로 뒤덮인 뉴잉글랜드의 땅을 갈아 농사를 짓고 산다는 것이 어떤 인생인지를 재빨리 알아차렸다. 쟁기에 걸려 나오는 큰 돌멩이를 치우는 것이 그의 생애 첫 번째 일이었다.

20세기 초반, 미국 매사추세츠의 조그만 땅뙈기를 일궈 목구멍에 풀칠한다는 것은 매우 고단한 일상이었다. 등허리가 휘는 고된 노동 뒤에 남는 것이라고는 알량한 한 끼 식사가 고작이었다. 오래지 않아 그는 뉴잉글랜드의 혹독한 농사일로는 결코 인생의 성공에 도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리버모어가 14세가 되자 아버지는 그를 학교에서 데려와 작업복을 입혔다. 그의 아버지는 리버모어에게 농부가 될 것을 명령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어린 리버모어는 어머니가 쥐어 준 5달러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농장을 몰래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지나가는 마차를 얻어 타고 보스턴으로 내달렸다. 그는 자기가 하려는 일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세상으로 나가 그의 야망을 펼쳐보고 싶었다. 비록 당장은 아무런 계획도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어른들의 세상인 보스턴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제 겨우 14세였다. 그러나 그때부터 이미 그만의 삶의 태도가 프로그램되어 있었고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는 어렸지만, 성공과 부와 명성은 육체가 아니라 머리를 쓸 수 있을 때 보다 빨리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점도 깨달았다. 이 소중한 교훈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었다.

보스턴에서 마차를 내리자마자 그는 패인웨버(Paine Webber) 증권사 사무실 밖에서 한참 동안 내부 풍경을 구경하였다. 객장에 앉아 주가테이프를 점검하는 고객들이나 증권사 직원이 큰 소리로 현재가를 외치면 어린 서기들이 즉시 시세판으로 달려가 분필로 주가를 적어 넣고 있었다. 그는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쉰 다음 매니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40대쯤으로 보이는 매니저는 첫눈에 그가 촌뜨기임을 알아본 듯했다. 칠판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향후 리버모어의 성공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어린 리버모어는 가격의 ‘변화’ 에만 관심을 가졌지 그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을 쓸 수 없었다. 그는 하루에 몇 백 번, 일주일에는 몇 천 번이나 누군가 소리쳐 불러주는 주가를 듣고, 가격을 지우고, 새로운 숫자를 적어 넣으며 시세판 앞에서 일했다. 그에게는 주가의 흐름에 논리를 부여하려고 노력하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가격이 변하는 것에는 백만 가지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더구나 그 ‘이유’라는 것들은 가격이라는 명백한 ‘사건’이 지나간 후에야 밝혀진다. 그 이유들이 알려지고 이해될 때쯤이면 변화는 이미 역사적인 사건이 되어버린다. 돈을 벌기에는 이미 늦은 타이밍인 것이다.

리버모어는 객관적으로 자신의 지난 실수들을 분석해보았다. 훗날 그는 자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곤 했다.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돈을 투입하고, 매매를 기록하고, 실수를 분석하는 거란다.”

실수를 반추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투기꾼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신이 저지른 뼈아픈 과거의 거래와 실수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투기꾼들에게 한 번 실수란 그냥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곧 금전적 손실이다. 한 번이라도 어설프게 투자했다가 돈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복기(復碁)의 어려움을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실패한 투자를 분석하는 것이 아무리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기도 하다. 다른 모든 이들처럼 리버모어도 시장의 기본 법칙을 알고 있었다.

― 주식시장에서 불변의 진리는, 내가 틀렸을 때 나는 돈을 잃는다는 것이다.

― 만약 내가 옳다면 나는 돈을 번다.

― 따라서 돈을 벌면 나는 옳은 것이고, 돈을 잃으면 나는 틀린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투기의 법칙이다.

리버모어에게 있어 ‘시간’이란 평생의 화두이자 분석대상이었다. 월스트리트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장기 전망을 수용하고 미래에 대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야만 했다. 일단 베팅을 하고 난 다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다.

리버모어의 최종 결론은 명백했다. 시장을 예상하는 것은 도박이다. 인내심을 갖고 시장의 신호에 반응하는 것이 투기다. 이 최종 결론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월스트리트에서 실제로 돈을 걸어보는 것이라는 사실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그는 새로운 자세와 해법을 가지고 시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쨌든 그는 이제 거래를 하기 전에 우선 시장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일단 한 번 베팅을 했으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팔아야 할 적당한 이유가 생길 때까지는 팔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시장의 일반적인 추세가 내 편에 서 있고 특별히 참조할 만한 시장변수도 없다면 끝까지 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가 반면교사를 연구하며 내린 결론도 ‘진짜 대박은 큰 움직임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판단이 정확하고 인내심이 있으며 부정적인 변동성과 주가 재조정이라는 역경만 견뎌낼 수 있다면 주도권도 쥘 수 있게 된다.

물론 고집스럽게 버티기만 하고 심각한 시장 하락에도 복지부동하라는 말은 아니다.

주식방에서 체득한 10%의 규칙은 평생 그와 함께 했다. 처음 매수가보다 10% 이상을 잃게 되면 그는 곧바로 포지션을 청산하곤 했다.

리버모어는 줄곧 자신만의 매매전략을 탐색해왔다. 이제 서서히 그것이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제1단계는 매매 전에 전체적인 시장상황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제 그는 추세선을 쫓아 오르는 강세장에서 매수하고, 내리는 약세장에서 공매도할 것이다. 만약 시장이 횡보세를 보이면 그는 현금을 쥐고 명백한 추세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는 저가매수 기회나 싸구려 주식을 찾는 데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는 헐값이 된 주식만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아니었다. 그는 추세 추종자였다. 그는 자신이 ‘최소저항선’이라고 이름 붙인 추세를 쫓는 데에만 유일하게 관심이 있었다. 리버모어는 진정한 1세대 ‘모멘텀 투자가’였다.

시장이나 주식이 ‘움직일까 아닐까’의 문제가 아니라 정확하게 ‘언제’ 움직일까가 늘 관건이었다. 타이밍이 전부인 것이다. 물론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언제 시장이 움직이게 될지 예측할 수는 없다. 그래서 리버모어는 새로운 시장조사 방법을 고안했다.

전략은 간단했다.

몰빵하지 말라. 작전장교가 척후병을 보내 적진을 정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듯이 본격적으로 매매하기 전에 정찰대를 먼저 보내라. 리버모어는 이 기초적인 군사전략을 역시 전장이랄 수 있는 월스트리트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리버모어는 처음에 전체 포지션의 20%를 매수하고, 두 번째로 20%, 그리고 세 번째로 다시 20%를 매수한다. 그리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40%를 매수한다.

리버모어는 전체 포지션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각각의 매수 단계를 저마다 중요한 단계로 여겼다. 언제라도 주가가 자신의 예측과 반대로 움직이게 되면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10% 손절매(損切賣) 원칙’이 유지되는 선에서 모든 포지션을 청산하였다.

열네 살 때부터 주식투기를 시작한 그는 이제 마흔한 살이 되었다. 27년간의 주식경험을 거친 그의 계좌에는 매순간 수백만 달러가 들고나고 있었다. 훗날 리버모어는 그의 아이들인 폴과 제시로부터 중요한 질문을 받게 된다. “아빠, 아빠는 주식으로 항상 돈을 버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잃기만 해요?”

리버모어는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주식시장은 연구가 필요한 곳인데 건성으로 하면 안 되고 깊고 철저하게 연구해야만 한단다.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주식을 살 때보다는 가재도구나 차를 살 때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더구나.

주식시장은 손쉬운 불로소득이 가능한 금광인 것처럼 위장해서 사람들을 꾀어낸단다. 바로 이런 유혹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보처럼 굴다가 애써 번 돈을 날리게 되지. 나중에 크면 알게 되겠지만, 투기꾼은 두려움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돈을 잃기 시작하면서부터 공포에 빠지지. 그러면 판단력이 손상되는 거야. 여기까지가 우리 인간들의 진화가 도달한 지점이야.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러한 현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단다.

첫째, 항상 거래하려고 들면 안 된다. 나는 그냥 현금만 쥐고 있을 때도 많아. 시장의 방향성이 모호해서 어떤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기다리는 거지. 분명 어떤 변화는 감지되지만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불확실할 때도 나는 현금을 쥔 채 기다린단다.  

둘째, 추세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많은 투자자들은 심각한 손실을 입게 된단다. 잘못된 방향을 탔기 때문이지. 그런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예상되는 추세변화의 방향에 맞게 먼저 소량의 주문을 내보는 거야. 내 판단이 맞는지 틀리는지 작은 포지션으로 테스트해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