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 말을 좋게 풀이하자면 배짱과 담력이 있고 게다가 난관을 돌파할 강력한 추진력이 있다는 것일테다. 하지만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폭탄을 안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무모함에, 주위 상황과 조언은 듣지 않고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한탕주의식 사고방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영학 용어중에, 이 「못 먹어도 고!」와 같은 의미를 지닌 용어가 있는데, 바로 「몰입상승(Escalating Commitment)」이다.
몰입상승 현상이란, 「특정 사안에 대해 잘못된 의사결정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밀고 나가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즉,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 이미 문제가 발생할 것임을 내부적으론 알면서도 그 동안 투입된 자원과 비용, 그리고 고위층의 질책이 두려워, 서로서로 눈치만 보며 쉬쉬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 몰입상승 현상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과도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어 2003년 10월 운항을 중단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그 좋은 예일 듯 하다. 사실, 콩코드 여객기의 운행중단은 이미 개발단계에서부터 예견되어졌다. 개발 초기부터 과도한 개발비, 불확실한 수익성, 기체 자체의 결함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징후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 정부는 이 사업을 포기할 경우, 기존의 투자가 다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주변의 부정적인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적으로 자원을 투자했고, 결국은 운행중단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은 것이다.
몰입상승 현상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 Berkeley 대학의 조직심리학자인 Barry Staw교수는, 조직에서의 몰입상승 현상은 경영진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몰입상승은 경영진의 의사가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단정적으로 내려져 이미 기정 사실화한 경우, 그리고 이미 많은 자원이 투입된 경우에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직원들도 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조직 전체가 몰입상승 현상에 빠져들게 된다. 자, 그럼 이 몰입상승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경영자는 어떤 부분을 신경써야 할까?
먼저, 조직 내외부의 부정적인 의견을 성급히 무시해서는 안된다.
부정적인 피드백들은 잘못된 의사 결정에 대한 조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무조건적으로 무시하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가끔은 한 걸음 물러서서 문제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둑에 반외팔목(盤外八目)이라는 말이 있는데, 훈수보는 사람이 국면을 더 잘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론, 주변 사람들로부터 실수를 범했다는 비난을 받기 싫어서, 의사결정의 과오를 숨기는 우까지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얼른 개선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몰입상승 현상......
혹시 내가 일하고 있는 조직에선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않은지 한번 점검해 볼 때다.
<SERICEO, Biz Terminology, 문지원 수석연구원/경영전략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