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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오소트 부시(Creosote Bush)

skinternet 2012. 9. 4. 21:22

어떤 기업이 수익 면에서 남부럽지 않을 수준에 오르면 성장 지향적인 태도 때문에 모험 정신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는 ‘성공의 덫' 과도 관련성이 있다. 기업은 성공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대상에 계속 투자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지금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 미래에 큰 투자 가치가 있는 것들을 희생하는 결과를 낳는다.

전 세계를 호령하던 인텔도 이 덫을 피해가지 못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비즈니스에서 경쟁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한 성공의 밑거름은 반도체 분야에서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며 혁신을 추구한 투자 정신이었다. 일단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자 계속해서 혁신과 개발에 힘쓰지 않게 되었다. 1996년 CEO였던 앤디 그로브는 이러한 태도가 장기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인텔의 발전 속도에는 한 가지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텔의 기술이 단 한가지 분야로 국한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CEO 혼자의 힘으로는 인텔이라는 기업의 창의적인 면모를 되살리기에 역부족이었다.

1993년에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회사 총수익의 75%, 순수익의 85%를 차지했다. 1998년이 되자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비율은 총수익의 80% 및 순수익 100%로 늘어났다. 인텔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단 한 가지 제품에 의지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그들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인텔의 최고 운영 책임자인 COO(Chief Operating Officer)였던 크레이그 바레트(Craig Barrett)는 이 점을 논하면서 인텔의 핵심 비즈니스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크레오소트 부시를 닮아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식물학자가 아닌 이상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크레오소트 부시(Creosote Bush)란 사막에 자라는 나무로 주변 토양을 독성으로 오염시켜 다른 식물이 전혀 자라지 못하게 한다. 어떤 기업이 판매 1위를 달리는 제품을 지키려고 흔히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비유 대상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승승장구하는 바람에 인텔은 또 다른 제품을 구상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어떤 제품을 제시해도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아성에는 감히 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프릭 버뮬렌 저 “비즈니스의 거짓말”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