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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S 강성자

skinternet 2011. 10. 19. 13:47

실리콘고무 국내 1위 HRS 강성자 회장

다우코닝도 손내미는 실리콘 `지존`
경쟁사 한달 걸리는 샘플 하루만에 뚝딱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자동차ㆍ선박 공략

"치과용 실리콘부터 자동차용 특수 실리콘까지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겁니다." 지난 4일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만난 강성자 HRS(옛 해룡실리콘) 회장(사진)은 "지난 9월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내년에는 성장률 20%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HRS는 지난달 대부분 수입해 오던 치과용 인상재 제품 `실덴트(Sildent)`를 자체 개발해 선보였다. 치아 형상을 뜨기 위해 사용하는 치과용 인상재 국내 시장은 500억원 규모로 이 중 80%가 수입되고 있다. 강 회장은 "국산 제품도 대부분 수입 원료를 재배합해 파는 정도"라며 "내년 하반기까지 이 방면 실리콘 시장 20% 점유가 목표"라고 말했다.
전량 수입하는 디젤자동차 매연 절감장치용 CPF호스도 국내 자동차부품업체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강 회장은 "현재 매출에서 10% 정도를 차지하는 선박이나 자동차에 사용되는 고기능 실리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향후 해외에 진출한 국내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해 주기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에 자동차용 실리콘 제조 공장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1년 설립된 HRS는 국내 최초로 실리콘 고무제품 원료가 되는 콤파운드 공장을 세우며 실리콘 제품 국산화를 주도한 맏형격 회사다. 이 분야 국내 1위를 점유하고 있는 HRS를 포함해 국내 실리콘 고무 콤파운드 제조사는 미국 회사 다우코닝, 4년 전 사업에 뛰어든 KCC까지 아직 3곳에 불과하다. 이 밖에 일본 신에쓰 등이 HRS 경쟁사다.
강 회장은 "4년 전 KCC가 실리콘 사업에 신규 진입하면서 위협이 됐지만 다행인지 올해는 동양실리콘이 사업을 접으며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향후에는 대기업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특화된 제품을 선보여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HRS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무기로 경쟁사가 일주일, 한 달씩 걸리는 샘플을 하루 만에 뚝딱 선보이며 고객사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세계 1위 실리콘 업체인 다우코닝과도 2007년 동맹 관계를 맺었다. 덕분에 다우코닝과 공동 개발한 HRS 제품에는 다우코닝 마크를 함께 쓸 수 있게 돼 시장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

실리콘은 반도체용 웨이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무기계 실리콘(silicon)과 오일, 고무, 수지 등 유기계 실리콘(silicone) 제품으로 나뉜다. 이 중 고무 제품이 HRS 주력인데 자동차, 휴대폰, 건축물, 냉장고, 의류 등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용도가 다양하다.
강 회장은 화학업계에서 보기 힘든 여성 CEO다. 회사를 창업한 남편이 2006년 갑작스레 작고하자 전업주부로 있다가 얼떨결에 회사를 떠맡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주변에선 HRS가 곧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많았다고 한다.
"남편이 작고하자 당시 일본 경쟁사는 물론 국내 대기업에서 시가보다 2배를 쳐주겠다며 회사를 팔라고 유혹했습니다. 팔아버릴까도 생각했지만 회사에서 근무해왔던 아들(현재 상무)이 결사코 반대했습니다. 결국 실리콘이 뭔지도 모르는 제가 개인적인 빚을 안고 경영 일선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회사를 물려받으며 내야 했던 상속세는 그녀에게 큰 부담이 됐다. 하지만 더 큰 고난은 수많은 편견과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 강 회장은 여성 특유의 감성 경영으로 맞섰다.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 컨설팅을 받아 조직을 재정비하고 직원들에게는 직접 적은 생일카드를 전하며 엄마 같은 따뜻함으로 대했다.
그의 리더십은 직원들에게 강한 동기 부여가 돼 350억원 안팎을 맴돌던 매출이 취임 첫해 400억원 선을 뚫었다. 그리고 올해는 HRS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경제 안정숙 기자 / 사진 박상선 기자

최종수정 2009.11.05 18: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