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경영혁신을 이루어 낸 실제 사례 또는 이와 관련된 주제를 다룬 소설 형태의 글들을 읽어 보면 대체로 그 스토리 상에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사업장 운영을 새로 맡게 된 사람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 곳은 망하기 직전의 형편 없는 곳이다. 실적은 형편없고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게다가 상부에서는 목표 기한을 주고 그 시점까지 정상화를 시키지 못하면 그 사업장의 문을 닫고 모든 사람들이 해고될 것이라고 위협한다.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주인공은 직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 난국을 타개할 묘책을 찾으려 하지만 좌절의 연속일 뿐이다. 그런데 도움을 줄 사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사람이 가르쳐 주는 경영혁신의 원칙과 방법들을 배워 적용하면서 하나 둘씩 변화를 일으켜 간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몇몇 직원들이 이를 지지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가속화된다. 전체 직원들이 혁신에 동참하면서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조직 전체가 변화하여 결국 최고의 사업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요즘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지만 삼성이 국내 최고이자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끊임없는 혁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조직 구성원들이 안주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위기 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변화를 촉진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강점은 남들이 보기에 너무도 잘 나가고 있을 때 위기 의식을 갖는 것이 아닐까?
경영혁신 분야의 권위자인 존 코터 교수도 그의 저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Leading Change)”에서 위기의식 없이는 사람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므로 경영혁신의 첫 번째 단계는 위기감 조성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역설하였다.
위기는 현재 상황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만들어 낸다. 사람은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어렵다.
어떤 사람이 항상 집에서만 틀어박혀 있어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집 밖으로 나오면 많은 것을 주고 즐겁게 해 주겠다고 해도 그 사람은 나오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 집 안이 그에게는 안전지대이기 때문이다.
바깥에 나가면 주겠다고 하는 것은 듣기에는 좋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지금 앉아 있는 집은 눈에 보이는 것이고 안전하다. 안전한 것을 포기하고 아무리 좋고 매력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불확실한 위험을 택할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것으로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불을 질러 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집은 더 이상 그에게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불확실하게 생각되었던 바깥 세상이 지금 불이 나서 자기 생명을 위협하는 집보다는 안전하기 때문에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만약 실제로 불을 지를 수 없다면 최소한 불이 났다거나 그 집이 붕괴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없는 위기 상황을 일부러라도 만들어 절박함을 부여하지 않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기업에서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많은 기업들이 당찬 비전과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장밋빛 미래를 조직 구성원들에게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도전하고 변화하도록 독려한다. 하지만 비전과 목표만으로는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조직 구성원들을 비전과 목표에만 올인하게 하는 것은 그들을 무지개를 좇는 사람으로 만들거나 불나방의 운명을 감수하게 만든다.
기업의 진정한 발전은 혁신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혁신은 비전과 목표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에 의해 촉발된다.
문제는 누구의 눈에도 위기인 것이 분명한 상황은 이미 늦은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시기에 맞딱뜨리게 되면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근본적인 혁신이 아니라 생살을 잘라내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어야만 한다. 사람 하나 끌어 내기 위해 실제로 집에 불이 나서 모든 재산을 다 태워 버린다면 정말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기업의 혁신을 위한 위기는 사전에 인지되어야 하며 때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야만 한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수 조원을 이익으로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의 “샌드위치론”이 제기되었던 것이 하나의 예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실제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인지 아닌지의 사실 여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그의 한마디로 삼성 전체에 위기감이 조성되어 다시 혁신을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훌륭한 비전을 수립하고 과감한 경영목표를 부여한 후 조직 구성원들을 독려하는 방법만으로는 혁신의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매우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도 안다. 왜 그쪽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지가 납득되지 않으면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매우 위험하고 반드시 어디론가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 처음 한 발을 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는 기업이 순항하는데 장애가 되는 제약이지만 또한 기업의 근본적 혁신을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제약을 해결하는 것이 경영 혁신의 핵심 중 하나라면 기업 생존에 결정적 위협이 되는 제약인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가 닥친 후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너무 늦다. 혁신은 선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사전에 인식하게 하고 때로는 인위적으로 위기를 만들기도 해야 한다.
- 현명하게 일하기(Working Smart)를 위한 공부방(http://blog.naver.com/dkim50)에서 발췌